인더스문명 하라파와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발견된 도시계획과 배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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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문명의 도시계획과 배수시설

인더스문명은 기원전 2600년경부터 기원전 1900년경까지 인도 아대륙 서북부 인더스강 유역에서 번성했던 고대 문명입니다. 이 문명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 문명 중 하나였으며, 특히 도시계획과 배수시설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습니다. 인더스문명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하라파와 모헨조다로에서는 이러한 도시계획과 배수시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라파는 인더스문명의 최초 발견지로, 1921년 인도 고고학자 다야람 사히니(Dayaram Sahni)에 의해 발굴되었습니다. 하라파 유적에서는 격자 형태로 정교하게 구획된 도시 구조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인더스문명 도시들의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도시는 대략 1평방킬로미터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서남북 방향으로 뻗은 넓고 긴 도로로 구획되어 있습니다. 각 구획은 다시 작은 골목길로 나뉘어져 있고, 골목길 양쪽으로는 벽돌로 지어진 가옥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 구조는 인구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라파 유적에서 발견된 또 다른 특징은 발달된 배수시설입니다. 하라파의 가옥에는 욕실과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었고, 각 가옥에서 나온 하수는 도로 아래에 설치된 대형 하수도로 모여 도시 외곽으로 배출되었습니다. 하수도는 구획마다 설치되어 있었으며, 너비 약 1미터, 깊이 약 2미터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수도 내부에는 폐기물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유량 조절장치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하라파의 배수시설은 위생과 청결을 중시한 인더스 문명인들의 높은 수준의 도시 문명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헨조다로 역시 하라파와 마찬가지로 정교한 도시계획과 배수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1922년 인도 고고학자 라칼 다스 반네르지(Rakhal Das Banerji)에 의해 발견된 모헨조다로는 인더스문명 최대 도시 중 하나로, 면적이 약 2.5평방킬로미터에 달합니다.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발견된 '대목욕탕'은 인더스문명의 발달된 도시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물입니다. 대목욕탕은 가로 12미터, 세로 7미터, 깊이 2.5미터 규모의 직사각형 구조물로, 계단과 물길, 배수구 등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대목욕탕이 종교의식을 치르는 공간이자 시민들의 목욕과 휴식을 위한 공공시설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헨조다로의 배수시설 역시 하라파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모헨조다로 북동쪽 구역에서는 하수도 시설이 매우 촘촘한 그물망처럼 구성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골목길마다 하수구가 설치되어 있고, 이 하수구들은 도시 전역으로 연결된 대형 하수도로 모여 도시 외곽의 인더스강으로 배출됩니다. 모헨조다로의 하수도 벽면에는 벽돌을 이용한 점검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하수도의 유지보수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더스문명의 도시계획과 배수시설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하라파와 모헨조다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더스문명인들은 도시 구조와 시설물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더스문명의 도시들은 단순히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도시는 정치, 경제, 종교,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삶의 터전을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인더스문명의 도시계획과 배수시설은 고대 문명사에서 손꼽히는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더스문명의 도시계획과 그리스·로마 문명의 비교

 

인더스문명의 도시계획과 배수시설은 고대 문명사에서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지만, 이와 유사한 특징은 다른 고대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히포다모스식 도시계획을 도입했는데, 이는 도시를 바둑판처럼 정사각형 블록으로 구획하고, 블록 사이를 일정한 간격의 도로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도시계획은 인구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도시민의 이동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로마 문명 역시 기원전 6세기경부터 치밀한 도시계획과 하수도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로마의 수도 로마시는 중심부에 광장을 두고, 광장에서 뻗어나간 도로를 따라 도시가 형성된 방사형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로마의 하수도 시설인 '클로아카 막시마(Cloaca Maxima)'는 기원전 6세기에 건설된 총연장 11킬로미터의 거대한 하수관로로, 도시의 생활하수와 우수를 티베르 강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인더스문명과 그리스·로마 문명의 도시계획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먼저 인더스문명의 도시계획은 동서남북 방향의 격자형 구조인 반면, 그리스의 히포다모스식 도시계획은 정사각형 블록 구조, 로마의 도시계획은 방사형 구조라는 점입니다. 또한 인더스문명의 도시에는 도시 전체를 둘러싼 성벽이 존재하지 않았던 반면, 그리스와 로마의 도시들은 대부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더스문명과 그리스·로마 문명의 도시계획은 고도로 발달한 도시 문명의 면모를 공통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세 문명 모두 도시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 인식했으며, 도시 내 시민들의 생활 편의와 위생을 중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인구가 모여 사는 것을 넘어, 도시가 지녀야 할 이상적인 모습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고대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인더스문명 쇠퇴 이후 인도 아대륙의 도시문명

인더스문명이 기원전 1900년경 쇠퇴한 이후, 인도 아대륙에서는 다양한 도시 문명이 등장했습니다.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 번성했던 마우리아 왕조는 수도 파탈리푸트라를 중심으로 계획도시를 건설했는데, 도시에는 왕궁과 종교시설, 상업시설 등이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기원전 3세기의 인도 왕자이자 역사가였던 메가스테네스는 그의 저서 '인디카'에서 파탈리푸트라가 "규모와 부유함에서 세계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번성했던 쿠샨 왕조 때에는 간다라 양식으로 대표되는 불교 미술이 크게 발전했는데, 이는 도시에 건립된 대규모 불교 사원과 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쿠샨 왕조의 도시들은 인도·서아시아·중국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거점이기도 했는데, 이는 물류와 사람, 문화의 활발한 교류로 이어졌습니다.

 

기원후 320년에 성립된 굽타 왕조는 인도 고전 문화의 황금기로 불릴 만큼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굽타 왕조의 수도인 파탈리푸트라는 크게 확장되었고, 인도 전역에 왕실의 후원을 받는 대학들이 건립되었습니다. 특히 나란다 대학은 인도뿐 아니라 중국, 티베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교육기관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인더스문명 쇠퇴 이후에도 인도 아대륙에서는 도시 문명이 지속적으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더스문명의 도시계획과 배수시설은 이후 인도 도시 문명의 초석이 되었으며, 각 시대마다 더욱 발전된 형태로 계승되었습니다. 오늘날 인도의 수많은 도시들 역시 인더스문명 이래 이어져 온 찬란한 도시 문명의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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