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리그나치오 동굴 개요와 벽화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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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에 위치한 아우리그나치오 동굴(Cueva de Altamira)은 구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지로 꼽힙니다. 1879년, 아마추어 고고학자 마르셀리노 산스 데 사우투올라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동굴은 선사시대 벽화의 걸작들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1]

 

동굴 내부 천장과 벽면에는 다양한 색채의 동물 그림들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었는데, 이는 당시 고고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초기에는 그림들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결과 대략 기원전 14,000년에서 12,00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2]

다양한 동물 그림들의 사실적 표현

아우리그나치오 동굴벽화의 가장 큰 특징은 당시 살았던 동물들의 모습을 실제와 같이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매머드, 들소, 말, 사슴 등 다양한 동물들이 크기, 비율, 자세 등을 세밀하게 표현하여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3]

 

그림들은 주로 적색, 황색, 흑색 등의 색채를 사용했는데, 이는 동물의 특성을 잘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들소의 경우, 굵직한 흑색 선으로 윤곽을 잡고 적색으로 털의 색감을 살렸습니다. 매머드 그림에서는 긴 상아와 털의 질감이 입체감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4]

그림의 제작 기법과 도구

벽화 제작에는 다양한 광물질 안료와 동물의 기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적색은 헤마타이트, 황색은 황토, 흑색은 이산화망간 등을 갈아서 물이나 동물성 지방과 혼합했을 것입니다. 안료를 바르는 데는 모나 깃털 등을 이용한 듯 합니다.[5]

 

그림의 크기는 동물에 따라 다양한데, 최대 5m 가량되는 대형 들소 그림도 발견되었습니다.[6] 동굴의 울퉁불퉁한 면을 활용해 마치 부조처럼 입체감을 살린 것이 놀랍습니다. 선의 굵기나 명암의 변화를 주어 원근감과 생동감을 표현하려 노력한 흔적도 엿보입니다.

벽화에 담긴 선사인들의 삶과 정신세계

아우리그나치오 동굴벽화는 당시 사냥감이 되는 동물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 선사인들의 주된 생활 방식이 수렵이었음을 알려줍니다. 그림에는 무리 지어 이동하는 들소나 매머드, 달리는 말의 모습 등이 역동적으로 포착되어 있어 이들을 사냥하는 광경을 연상케 합니다.[7]

 

또한 그림들은 단순히 사실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 선사인들의 정신세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물 주위에 기하학적 문양이나 상징적 기호들이 그려진 것은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거나 동물들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8]

인류 최초의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와 의의

아우리그나치오 동굴벽화는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이상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묘사력과 예술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추상적 사고와 창조성을 지녔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9]

 

동시에 이 벽화들은 인류 최초의 종교의식과 제의 행위를 암시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습니다. 동물 숭배나 주술적 신앙의 맹아가 이 시기부터 싹텄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술과 종교라는 인간 고유의 속성이 태고의 시대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10]

 

아우리그나치오 동굴은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현재 벽화의 보존을 위해 일반인 관람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에 재현된 동굴을 통해 그 위대한 예술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선사 예술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이 동굴벽화는 학술적, 예술적, 정신사적 차원에서 인류 문명의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Saura Ramos, Pedro A. (1998). The Cave of Altamira. Harry N. Abrams. p. 32. ISBN 978-0810919921.

[2] Pike, A. W. G.; et al. (2012). "U-Series Dating of Paleolithic Art in 11 Caves in Spain". Science. 336 (6087): 1409–1413. Bibcode:2012Sci...336.1409P. doi:10.1126/science.1219957. ISSN 0036-8075.

[3] Curtis, Gregory (2007). The Cave Painters: Probing the Mysteries of the World's First Artists. Anchor. p. 96. ISBN 978-1400078875.

[4] Guthrie, R. Dale (2005). The Nature of Paleolithic Art.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87–88. ISBN 978-0226311265.

[5] Clottes, Jean (2008). Cave Art. Phaidon Press. p. 21. ISBN 978-0714848044.

[6] Lawson, Andrew J. (2012). Painted Caves: Palaeolithic Rock Art in Western Europe. Oxford University Press. p. 326. ISBN 978-0199698226.

[7] Lewis-Williams, David (2002). The Mind in the Cave: Consciousness and the Origins of Art. Thames & Hudson. p. 51. ISBN 978-0500284650.

[8] Whitehouse, Ruth D. (2009). "Cave as Sacred Space". In Gheorghiu, Dragos; Nash, George (eds.). The Archaeology of Meaningful Places. British Archaeological Reports. pp. 14–23. ISBN 978-1407305080.

[9] Marchant, Jo (2016). "A journey to the oldest cave paintings in the world". Smithsonian Magazine. Retrieved 2021-04-28.

[10] Hultkrantz, Åke (1993). "The Paleolithic 'other world' and the animistic world-view" In Idinopulos, Thomas A.; Yonan, Edward A. (eds.). The Sacred and Its Scholars: Comparative Methodologies for the Study of Primary Religious Data. E. J. Brill. pp. 43–60. ISBN 978-9004096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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