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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을 위한 교양/역사

바빌론 함무라비 법전에 나타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법체계

by 지식 발전소 202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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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8세기 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치했던 바빌로니아의 6대 왕 함무라비는 자신의 이름을 딴 방대한 분량의 법전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법전은 당시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고대 문명의 법체계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01년, 프랑스의 고고학자 자크 드 모르간에 의해 수사 지역에서 발견된 함무라비 법전은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높이 2.25m, 지름 65cm의 거대한 화강암 석주(stele) 표면에는 아카드어로 쓰인 긴 글귀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는데, 법조문은 무려 282개 조항에 이릅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계적이고 방대한 법전이었음을 말해줍니다.

 

석주 상단에는 함무라비 왕이 태양신 샤마쉬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부조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왕은 신으로부터 법의 권위를 부여받는 수혜자로 묘사되고 있어, 당시 법이 신의 뜻을 반영한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함무라비 법전은 종교, 정치, 사회, 경제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회 각 분야를 규율하는 방대한 법 조항

함무라비 법전은 가정, 상거래, 토지, 형벌, 노예제 등 당시 사회 각 분야를 규율하는 구체적인 조항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법체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생활 전반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우선 가정법과 관련해서는 결혼, 이혼, 재산 상속 등에 관한 규정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불임이거나 질병이 있을 경우 남편은 첩을 들일 수 있으나, 본처를 내쫓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145)이 있습니다. 또 아내의 외도에 대해서는 물에 빠뜨려 죽이는 극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129), 당시 남성 중심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상거래에 관해서는 계약 위반이나 사기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규정이 두드러집니다.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채무 노예로 전락할 수 있었고(§117), 계약서 위조 시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었습니다(§5). 반면 허위 고발에 대해서도 엄벌했는데, 절도죄로 고발했다가 입증에 실패하면 고발자가 사형 당하는 식입니다(§1).

 

눈에 띄는 또 다른 조항으로는 동해 배상 원칙을 들 수 있습니다. 남의 물건을 부수거나 훔치면 그 가치의 30배를 물어내야 했고(§8), 의사가 수술 실수로 환자를 죽이면 손에 대한 형벌을 받아야 했습니다(§218). 심지어 건축가가 부실공사로 집주인에게 피해를 입히면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는 조항(§229)도 있었습니다. 이는 행위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신분에 따라 차등 적용된 형벌 체계

함무라비 법전은 기본적으로 동해동형(同害同刑)의 원칙,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용에 있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에 따라 형량의 차등을 두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당시 바빌로니아 사회는 크게 **아윌룸(awilum), 무슈케눔(mushkenum), 와르둠(wardum)**의 세 계급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아윌룸은 귀족 내지 자유민 신분, 무슈케눔은 평민, 와르둠은 노예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이들의 신분에 따라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도 다른 형량이 적용되곤 했습니다.

 

실례로 폭행죄를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등한 신분일 경우에는 동해동형의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하위 계급이 상위 계급을 폭행하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고, 반대의 경우는 형량이 감면되었습니다. 가령 귀족이 동등한 신분의 사람 뺨을 때리면 1마나(mina, 약 500g)의 은전을 물어야 했지만(§203), 노예가 그랬다면 귀를 잘리는 극형에 처해졌던 것입니다(§205).

 

이러한 신분에 따른 차별적 규정은 다른 조항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됩니다. 물론 계급간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려는 당시 지배층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피지배계급의 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보호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노예라 할지라도 기본적 인권은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법전 조항에 반영된 바빌로니아의 일상과 경제생활

함무라비 법전은 고대 바빌로니아 사회의 주요 경제활동이 농경과 목축임을 잘 보여줍니다. 당시 경제의 근간은 토지와 가축이었기에 이와 관련된 조항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법전에는 개간지의 임대차, 관개 시설 사용료, 방목과 사육에 관한 규정들이 나옵니다. 농지를 빌렸는데 적절히 경작하지 않아 수확량이 떨어지면 주변 농지 수준의 수확량을 임대인에게 보상해야 했고(§42-43, 55), 가뭄이나 홍수로 농사를 망치면 빚을 탕감 받을 수 있었습니다(§48). 소나 양을 방목할 때 관리 소홀로 짐승을 잃어버리면 그만큼을 변상해야 했고(§263-267), 임차한 소나 양이 병들거나 죽으면 책임을 물었습니다(§245-248).

 

이 밖에 운송, 무역, 의료, 건축 등 도시 경제활동과 관련된 조문들도 눈에 띕니다. 선주나 뱃사공은 운송 중 침몰이나 좌초 사고에 대한 변상 의무가 있었고(§235-238), 의사나 수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에 따라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215-225). 건축물 붕괴 사고에 대한 시공자 처벌(§228-233) 조항은 당시에도 주택이나 토목 공사가 활발했음을 방증합니다.

 

상거래의 주된 수단은 물물교환이나 귀금속 등가물이었는데, 특히 보리와 은이 주요 교환 매개로 쓰였습니다. 법전에는 빌려준 보리나 은에 약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어기면 원금까지 몰수한다는 조항(§49-52)이 보이는 걸로 미루어, 당시 이자놀이도 성행했음을 짐작케 합니다. 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지체상금 규정(§112)을 통해 계약 관행이 발달했음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법체계의 뿌리로서의 함무라비 법전

비록 4천년 전의 것이긴 하지만, 함무라비 법전은 오늘날 법치주의의 원형이 될 만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물론 잔혹한 형벌이나 차별적 규정 등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부당해 보이는 조항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 전반을 조율하는 성문법을 마련하고, 법 집행에 있어 절차적 정의를 구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관념은 아직 부재했지만, 피지배계급에게도 최소한의 권리는 인정했다는 사실, 개인의 권리를 피해와 책임에 비례해서 보장하려 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법의 지배'라는 이념의 맹아는 여기서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적 평등과 권력 분립의 개념 또한 일정 부분 내재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함무라비 법전은 로마의 12표법이나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등 서양법의 원류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공정한 재판과 적법절차의 토대를 닦은 역사적 의의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문명사에 큰 획을 그은 고대 법전의 정신은, 지금도 인류의 법과 정의에 대한 사유의 원천으로 면면히 흘러가고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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