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대항해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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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가문의 배경과 동방 무역길 개척

마르코 폴로는 당시 이탈리아 최대의 무역 도시 베네치아 출신 부유한 상인 가문의 자제였습니다. 그의 외할아버지 안드레아 폴로와 아버지 니콜로 폴로는 이미 1260년대 초반부터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원정을 떠나며 동방 무역로를 개척한 선구자들이었습니다.

 

1271년, 마르코 폴로는 17세의 나이로 아버지와 함께 두 번째 대장정에 올랐습니다. 그들은 당시 팔레스타인과 아르메니아, 페르시아 등을 거쳐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지대에 있던 몽골 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그들은 쿠빌라이 칸을 알현하게 되었고, 쿠빌라이 칸은 그들을 극진히 환대했습니다.

 

폴로 가는 쿠빌라이 칸에게 호의를 받아 17년 동안 제국을 활보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마르코 폴로는 칸의 심복이 되어 원나라 영토 안에서 여러 관직을 역임했고, 특히 현대 베트남 지역의 양רjiang 총독으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원나라 문화와 생활, 지리 등에 대해 낱낱이 살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동방견문록의 방대한 내용과 세밀한 기술

1295년, 마르코 폴로 일행은 드디어 베네치아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마르코 폴로는 지난 24년간의 여정에서 경험하고 목격한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Il Milione' 즉 **'동방견문록'**입니다.

 

동방견문록에는 주로 중국과 몽골 제국, 인도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모습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우선 마르코 폴로는 도로와 교통, 우편과 세금 제도 등 원나라의 발달된 행정 체계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제지술과 화약, 화폐와 신용 제도처럼 서구에 전혀 없던 신기술과 문물에 대해서도 낱낱이 기록했습니다.

 

그는 원나라 제국 전역의 거대한 도시들과 번영한 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특히 **다듀(베이징)**과 항저우, 양저우 등 대도시들의 번화가와 인구, 건축물 등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습니다. 한편 티베트와 버마, 자바 등 인도차이나 반도와 동남아시아 제 지역에 관한 기록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동방견문록에는 몽골 기병대의 기마 전술과 군대 조직, 사막 길과 대상 무역로의 풍경 등 당시에는 보기 드문 모습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묘사도 있어, 유럽과 아시아 문명 간 비교가 가능합니다.

유럽 내 반응과 파급력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동방견문록은 당초 유럽 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일 밀리오네"(만 사기꾼)라며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를 허구 또는 과장된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너무나 서구인들에게 낯선 동양 세계를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이 책은 더욱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15세기 유럽 르네상스 시기가 열리면서 인문주의 사조가 일어나고 동양 문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동방견문록은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에게 동양 문명의 빛나는 수준과 진보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마르코 폴로의 책은 유럽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간 유럽인들이 갖고 있던 서구 중심주의와 동양 문명 경시 의식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양과의 교역과 항해, 탐험의 필요성을 실감나게 일깨워주었습니다.

대항해시대의 열림과 근대 문명 형성

동방견문록의 영향으로 유럽 각국은 동양으로의 직접 항로 개척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15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대항해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1488년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는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로를 발견했습니다. 이어 1498년에는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에 첫 상륙에 성공합니다. 1492년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서구 열강 국가들이 앞다퉈 해상 진출과 신항로 개척에 나섰고, 대규모 해외 식민지 건설에도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필두로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도 잇따라 식민 활동에 가담했습니다. 당시 발견된 땅과 민족들은 식민지배를 받거나 노예화되는 운명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유럽 국가들은 점차 해상 세력을 키워나가며 근대 국민국가의 모습을 갖추어 갔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봉건 체제의 와해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대항해시대의 개막은 유럽이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대항해시대와 근대 세계관의 형성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유럽인들의 지리적, 심리적 지평을 크게 열어젖혔습니다. 이전까지 유럽인들은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한 협소한 세계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시아 대륙과 넓은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동방견문록은 유럽인들이 동양 문명에 주목하고, 직접적 교류와 무역을 갈망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근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즉, 서구 중심의 세계관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럽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세계는 유럽의 식민지나 자원 공급지라는 식의 인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근대 이후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침탈이 정당화되었습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바로 이러한 근대 세계관 형성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서양 문명의 상호 교류와 경쟁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유럽인들에게 아시아 문명에 대한 첫 인상과 자극을 준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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